<박현준 개인전 >
전시기간 | 2026.5.13.(수)~2026.5.24.(일)
작 가 | 박현준
도자 예술에서 ‘기(器)’는 신석기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 화하며 다양한 의미를 품어왔다. 처음에는 물건을 담거나 보관하기 위한 도구 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종교적 상징과 권위의 표현으로 확장되었고 오늘날에는 예술적 표현의 매개체로까지 그 역할과 의미가 넓어졌다.
기의 형태는 일반적으로 기벽을 기준으로 내부와 외부가 구분되며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담는 내부 공간’을 전제로 제작된다. 그러나 나는 이 내부 공간을 단순한 기능적 요소가 아니라 조형적 표현의 중요한 요소로 바라본다. 비물질 적인 공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건축에서 ‘창’이 지니는 의미와 이미지 를 차용하여 작품 안에 담아내고자 한다.
특히 나는 ‘창’이 빛을 단순히 내부로 들이기 위한 통로가 아니라 빛과 소리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공간을 이동시키고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장치라 는 점에 주목한다. 창의 구조가 빛을 통과시키는 방식에 따라 공간은 단순히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빛의 흐름에 의해 감각될 수 있는 대상으로 전환된다. 기의 본질이 내부 공간의 활용에 있다는 점에서 이는 건축의 본질과도 닮아 있다. 인류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동굴과 같은 자연 속 내부 공간을 거처로 삼았고 이는 문명과 기술의 발전을 거치며 오늘날의 건축물로 이어졌다. 건축은 기본적으로 벽, 지붕, 바닥으로 구성되며 수많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창’은 외벽을 구성하면서 빛과 자연을 내부로 끌 어들이고 내부와 외부의 공간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은 단순히 벽 을 뚫어낸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공간을 확장시키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 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창’의 이미지를 기의 형태 속으로 끌어들여 내부와 외부 를 잇는 또 다른 매개체를 만들어낸다. 형태 속 창을 통해 드나드는 빛과 그림 자는 기의 내부 공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닫힌 공간이 아닌 외부로 통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특히 형태에 구성된 창의 패턴을 통과한 빛은 기의 내부 표면 또는 외부의 벽 과 바닥에 그림자를 투사한다. 그 그림자는 패턴의 구조를 따라 확장되거나 왜
곡되며 관람자가 공간을 시각적으로 경험하도록 만든다. 동일한 형태라 하더라 도 빛의 방향과 강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림자의 밀도와 형태는 변화한다. 이를 통해 내부 공간은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이동하는 공간으로 인지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의 내부 공간은 단순히 ‘담는 기능’을 넘어 조형적 요소 로 새롭게 해석된다. 또한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물며 공간을 점유하는 하나 의 존재로 작용한다.
나는 기(器)가 지닌 표현의 가능성을 빛, 그림자, 소리와 같은 비물질적 요소들 과 결합하여 확장하고 그 안에 담긴 공간의 의미를 다양한 감각을 통해 탐구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