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g Hae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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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민

누구나 불안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불안함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거나 어떤 것을 해야 한다는 불안이 가장 크다. 누군가가 시키지도 않았고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자꾸 그렇게 스스로를 함몰시켜서 불안함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서 나는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 내어 그곳을 탐험한다. 환상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면 잠시나마 내가 서있는 현실에서 벗어난 것과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환상의 세계의 배경은 방에서 시작된다.

 

방이란 공간은 일상의 공간이다. 누구나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방에 누워 쉬거나 무언가를 하며 자신만의 휴식의 시간을 가질 터이다. 

나는 방 안에서 누워서 상상을 하는 것이 마음의 안정을 가지는 시간이다. 

상상이 만들어지는 그 순간만큼은 현실을 벗어난다.

방은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다양한 취미도 하고 잠도 자고 쉴 수 있다. 

마음껏 원하는 대로 꾸밀 수도 있고 가구를 재배치할 수 있다. 


하지만 밖에서는 누군가의 허락을 받거나 혹은 눈치를 보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사회적인 시선이란 것이 나를 억압하고 불안하게 만들어낸다. 


이런 불안함은 나만의 안식처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환상의 세계를 방이라는 나만의 공간에서 더욱 자유롭게 표현한다.


방안은 내가 경험하고 보았던 가장 좋았던 순간들이나 혹은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맹그로브 숲은 항상 디지털 매체로만 접해왔고 그곳에 대하여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방 안에서 맹그로브 숲을 상상해 본다. 탁자와 책상이 뿌리가 자라고 그 뿌리들은 바닥을 뚫고 그 위로는 나무가 자라나 맹그로브 숲을 만든다. 바닥은 출렁거리는 물로 변하고 나는 그 위를 유영한다. 이런 식으로 나의 상상은 사물이 변형되어 만들어진다. 공간에 있는 사물이 변하는 이유는 사물들이 가지고 있는 역할에 충실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들은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사물이고 그 역할이 충실하게 이용당하는 모습이 사회에서 내가 처한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물들의 본연의 역할이 아닌 그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그들에게 나를 빗대어 자유를 만끽한다. 


이런 방식으로 조금씩 나의 공간을 상상의 세계로 만들어 냈고 그것을 조각낸 캔버스에 옮겨왔다. 

환상의 세계 속 이야기 조각들은 쌓이고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