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EXHIBITION
윤문영 22회 개인전 《SOUL : The Microcrosm》
✓ 전시기간 | 2022. 6.1. (수) ~ 2022.6.12.(일) *월, 화 휴관
✓ 관람시간 | 11:30~18:00
✓ 장소 | 갤러리현(천안시 봉정로17-1)
✓ 작가 | 윤문영
✓ 입장료 | 무료
SOUL : 無秩序度 (ENTROPY)
내 작업의 일관된 주제는 「SOUL」로서 그 추상적 관념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 작품 창작 원리는, 자연에 대한 적극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동양예술 원리인 신사(神似)를 통해 자연의 강렬하고 다이내믹한 생명에너지를 역동적으로 형상화시키는 것이다. 본인 창작의 독창성은 추상적 주제를 평면적 화폭뿐만 아니라 섬유공예, 음악, 퍼포먼스, 영상 등 다른 예술들과의 융합을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표현 형식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이번 전시회 주제는 「SOUL」에 집중하고는 있지만 표현 방식을 조금 달리 하여 형이상학적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작업들은 자연의 無用한 에너지에서 출발하여 SOUL이라는 강렬하고 有用한 생명에너지의 역동성을 함축적으로 발현시킨 형상들에게 나름의 질서를 부여하여 시각화하였다면, 이번 작업은 역으로 이미 질서 있게 형상화된 유용한 에너지인 SOUL이 극도로 고양되어 그 이미지가 해체되고 분해되어 결국은 SOUL의 생명 에너지가 無用하게 되어버린 무질서 상태를 우선적으로 시각화한다. 이렇게 변형된 상태로 시각화된 무질서로부터, 원래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는 현상, 곧 또 다른 나만의 새로운 세계관인 “SOUL IN THE ENTROPY”가 구축된다. ‘ENTROPY’라는 말은 원래 과학적 용어이다. 물리학 제 2법칙에서 사용되는 ENTROPY는 비가역성을 지닌 형이상학적인 법칙으로,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획득 가능한 상태에서 획득 불가능한 상태로, 또 질서 있는 형태에서 무질서한 형태로 변화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ENTROPY법칙을 나의 작업에 적용한다면, 새로운 질서, 즉 보다 강렬한 자연의 생명에너지를 표현하는 조형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더 역동적이고 강렬한 무질서를 창출해야만 한다는 개념이다. 신비하고 특별한 힘을 지닌 ENTROPY는 가시적인 현실세계를 지배하는 가식의 관념들을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패러다임이며, 시간과 공간의 2차원적 물질세계를 초월하고 정신적 본질에 집중하게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작품 속에 내재된 SOUL은 ENTROPY법칙을 역행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시도는 아니다. 주제인 SOUL은 원래 새로운 정신이 고양되는 것으로 無에서 有를 창출하는 강렬한 에너지가 고요함 속에서의 극렬하게 요동치는 질서의 외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추상적으로 함축시켜 형상화시킨 SOUL의 생명에너지들을 다시 의도적으로 해체, 분해하여 혼돈과 무질서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비록 본질은 같다고 하지만, 결코 완전히 동일화될 수 없는 또 다른 독특한 정신적 관념을 추출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작업들보다 훨씬 함축적이고 추상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작업에 주로 사용된 조형요소는 선과 색이다. 다양한 선과 색들이 뒤엉켜 비가역적인 생명에너지가 다이내믹하게 극도로 요동치면서, 강렬한 생명 에너지가 완벽하게 손실되어 결국 無用之物이 된다. 그리하여 이미 창조된 SOUL은 본질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해체되어 다시 복구될 수 없는 혼란과 무질서 현상으로 보이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더 이상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무질서한 형상들을 다시 SOUL이라는 유용한 질서로 여과시켜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재탄생한 조형세계인 “SOUL IN THE ENTROPY”를 구현시키기 위해 본인이 선택한 시도는 ‘무질서 속의 질서’이다. 다시 언급하자면, 분명 ENTROPY 법칙에 따르면 소우주에서 어떤 경우이든,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더 막강한 무질서를 만들어내야만 한다고 정의하고 있듯이, 본인의 작업에서 재창조하게 될 SOUL의 조형세계를 위해서는 우선, 혼란스러울 정도로 무질서한 선과 색으로 형상화한 다음, 색실과 바늘을 사용하여 비가역적인 평면 공간에 질서 있는 형태로 한 땀, 한 땀 꿰매는 작업을 통하여 자유로운 경지에 도달함으로써 이전의 거짓 시공간을 초월한다. 이 작업에 사용된 실은 주로 검정색으로 실을 균일한 간격으로 사용하여, 다양한 색과 선들의 무질서 속에서 가시적인 질서를 만들어 내는데, 이는 SOUL의 새로운 출발점을 상징한다. 소우주의 모든 자연은 원초적인 어둠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다양한 생명 에너지와 다양한 빛깔로 재탄생하는 새로운 질서를 보여준다.
각기 다른 형태와 색깔의 무질서하고 無用한 생명에너지를 검정 실선을 스티치(stitch)하는 작업을 통하여 유용한 SOUL 즉, 강한 생명 에너지로 재창조 하는데, 이것은 현실세계와 시공간을 초월한 ENTROPY 세계의 끊끼지 않은 순환적 연결고리이며 새롭게 탄생한 SOUL의 자유로운 질서세계를 상징한다. 조형적 시각으로 해석하면, 일정한 간격의 실들이 앞에서 볼 때는 무질서한 형상들이 실선으로 통해 역동적으로 드러나지만, 옆에서 보면 실의 두터운 마띠에르(matière)에 의해 무질서한 선과 색은 사라지고 검정색의 한 면으로 통일되어 자연의 원초적인 어둠 즉, SOUL의 탄생을 강조하고 있다. 평면 캔버스를 실로 한 땀 한 땀 꿰매는 방식으로, 매우 긴 선들이 서로 엉키지 않게 인내와 기다림의 미학으로 균질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비균질적인 선과 색의 형상들을 대할 때는 비록 동일한 매체는 아니지만 물감이 혼합되어 이미지가 변형되는 듯한 병치혼합에 의해 또 다른 느낌의 시각 효과를 제공한다.
이번 나의 작업은 일반적인 창작의 기본 방식인 無에서 有가 아닌, 有에서 無, 그리고 다시 有로 순환하는 긴 여정을 보여준다. 우리의 현실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과 같은 두렵고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상황의 연속이다. 우리들은 자연의 순리와 본연의 아름다운 질서의 존중보다는, 자연에 내재된 유용한 강한 생명 에너지를 제멋대로 분해하고 해체함으로써 자연의 순수함과 정신세계를 파괴하여 물질에 종속된 무질서한 세계 속에 함몰되었다. 물론,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더 큰 무질서인 ENTROPY식 순환과정이 있어야 하겠지만, 악용되고 오염된 물질세계에 종속된 형이하학적인 가식적 질서가 아닌, 신비스럽고 원초적인 자연의 본질과 순리(道)가 고양된 형이상학적 질서의 세계가, 나의 새로운 조형 작업인 「SOUL IN THE ENTROPY」에 의해 재창조되기를 희망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모두가 바라는 질서가 현실 세계에도 반드시 有用하고 자유롭게 펼쳐지기를 꿈꿔본다.
- 작업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