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SU GYEONG
Artist Statement
사진의 고전적인 암실 프로세스를 표현의 수단으로 가져와 익숙했던 매체를 대하는 태도에 의문을 던지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전시 <손 끝에서 뛰기 > 에서는 반복해서 걸으며 마주한 무형의 감각들을 의식적으로 채집하고 나열하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실험적인 사진 조각들을 기반으로 몸에 익은 감각의 언어를 비워내기 위한 몇 장의 시도들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래되어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운 종이 위에 그린 사진,
하나의 점을 찍는 것을 시작으로 불규칙한 패턴을 그리며 확장되어가는 빛과 그림자 등 필연적인 우연과 반복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사진 조각들은 개인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던 기억 속 세계와 맞물려 하나의 장면을 이룬다.
나른하고 소박한 공원에서 만난 가을 우물, 일렁이는 물결 사이로 떠다니는 새하얀 빛처럼 손끝에 잡힐 듯 스쳐가는 희미한 장면들은 관람자의 경험에 따라 미화되기도 하고 때때로 작은 슬픔을 남기기도 한다.
미지의 여정 속 발현된 심상의 언어들은 복제가 용이한 기록 매체를 새로운 시각으로 정의하려는 시도이며 기억을 변주하여 저장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