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N GUN HO
Artist Statement
가시인간
오늘도 눈치채지 못한 불편함들이 부질없이 사라져 버렸다.
가시거리에 일렁이는 불편함의 파장이 그저 눈엣가시이기 때문인걸까, 아니면 애써 못본 채 하는 것에 익숙해진건지 외면 속에 사라지는 것을 눈치채기도 쉽지않다.
그럼에도 사람의 사이에서 지펴지는 불편함들의 불빛은 끊임없이 눈길을 끈다.
작지만 확실하게
작은 불빛을 응시하며 점점 선명해지는 불편함을 마주하는 것은 항상 용기가 필요하지만, 이를 다루고 공개하는 것에 더욱 용기가 필요하다.
거진 3년의 시간동안 불편함을 응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작업의 공상 속에서 가시처럼 뾰족하게 돋아 요동치는 불편함들 덕에 오히려 마주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맹점으로 부딫히며 투박하게 떼어진 인간군상의 흔적이 가시거리에 남아있으니,
그 결을 나 답게 세공하고자 열중하며 가시를 다듬고 있다.
공상을 벗어나 나체로 활보하는 불편함들이 사람의 형상을 띄는 것은 사람만의 불편함들이기 때문이다. 인본주의적인 시선에서는 천사와 악마도 인간의 양면성을 분리해놓은 형상이니 내 눈에 보이는 불편함들은 사람의 형상이다.
춤추고 나뒹구르며 괴로워하는 불편함들은 자유롭고, 갇혀있으며 모순과 낭만 사이에서 태어난다. 계급, 성별, 권위, 차별 등 모든 사회적 억압을 벗어내고 공상을 유토피아 삼아
살아가며 잠재된 인간의 미를 불편하게 간직한다.
하나의 눈으로 균형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들은 우리의 가시거리에 존재하며 우리의 공상 속에 살아있다.
완벽을 위해 사라져야 할 눈엣가시 '불편함'은 완전을 위해 존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