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기 인 간
Source 1. 헛것
'아냐, 순간 착각한 것 같아.'
헛것으로 보이고, 환청으로 들리고, 공상으로 떠오르는 착각들이 가득 찬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것은 무엇이길래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으며, 매번 이렇게 무관심으로 일관해도 괜찮은 것일까?
작가 황택은 헛것으로 치부되던 착각의 이미지에서 본능의 잔상이 묻어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견고한 이성의 틈을 비집고 나온 본능의 가녀린 포효가 들린 것이다. 하여, 그는 헛것의 섬광을 찾아다니며 찰나의 본능을 수집했다.
그렇게 그가 기록한 순간의 장면들이 여기 있다. 우리가 숨겨야 했던 가장 예민한 영역이 간지러워지려 한다.
Source2. 비둘기
그들은 하늘이 준 생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오늘의 햇빛을 즐기고
풍족한 양식에 감사했으며
사랑을 실천했다.
만물에 겸손히 머리를 조아렸으며
때가 되면 하늘로 올라 제를 드렸다.
대지를 일구는 인간을 동경하여
곁에서 함께하고 때로는 조력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들의 삶은 무참히 폄하되었다.
날개와 자유에 대한 인간의 질투가,
모순에 얽매여 고립된 인간의 자조(自嘲)가
그들의 최선을 혐오로 변질시켰기 때문이다.
쉬어갈 땅을 빼앗겼다.
몸 안 가득 찼던 청량함을 빼앗겼다.
네 개뿐이던 발가락마저 빼앗겼다.
그리고 대신 겁을 집어삼켜야 했다.
끊임없는 잰걸음을 따라 내 눈이 깜빡였다.
흔들리는 그들의 걸음마다 헛것이 비쳤기 때문이다.
혐오의 눈빛 아래 애써 감춰왔던 나의 불안이,
다름을 틀림으로 보았던 나의 오만이 비쳤다.
경멸의 시선 끝에 서 있는 나와 그 옆에 너가 비쳤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태초의 인간을 보았으며
그들의 처지에서 무고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세상에 아름답지 아니한 것이 없듯,
그 누구에게도 다름의 고귀함을 비하할 자격은 없다.
사사로운 불안의 무마를 위해 희생된 그들을 구해야 한다.
그들을 품에 안는 것이 곧 우리를 안아 구하는 일이다.
Source 3. 기록
유해동물 보호구역 : 비둘기에 비친 헛것을 통해 발견하게 된 편협한 내면과 사랑으로의 다짐을 담아낸 연작(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