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Yu Mi


Korean Painting



ABOUT


장유미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기억은 저마다의 문학이고,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추억은 저마다의 음악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나도 나의 기억과 추억, 그리고 누군가의 기억과 추억을 기록하여 한 편의 책을 써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작품이라는 책이 누군가의 감정을 움직이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나의 세계 중 일부인 어느 한 공간을 그렸다. 그곳에서의 나는 완전한 나만의 영역에서 나를 숨기고 오롯이 내가 바라 마지않는 세상을 바라본다. 안전한 나의 공간에서 바라본 세상은 나의 바람과 다를 때가 많다. 그런 순간에는 눈을 뜨면 내일은 다시 새로운 세상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여느 때와 같이 그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세상과 나의 시선을 가로막는 가느다란 실의 엉킴인 커튼을 통해 내가 바라는 세상만을 골라 보기를 희망했다.

 

현재의 나는 주로 커튼을 통하여 세상을 본다. 나의 세계 속 어딘가에 속해 있는 나는, 안식처이자 쉼터인 나의 작은 방에서 커튼을 매개체 삼아, 커튼 너머의 미지의 세상과 커튼 안의 안온한 공간을 잇는다. 어쩌면 커튼 안에서 공간에 보호받는 나는 '커튼 밖의 나'와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오늘의 '나'는 조금 특별했으면, 내일의 '나'는 평범했으면 하는 모순이 커튼을 사이에 두고 충돌한다.

 

한없이 얇은 커튼 너머의 세상은 내가 바라는 것만이 존재하거나 어쩌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고요한 안정일 뿐이지만 내심 그 너머에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기를 바란다. 때로는 적막만이, 때로는 소음만이 있을지도 모르는 그것에 어딘가에 숨어있는 희망을 찾으리라 믿고 나는 나와 사회의 매개체인 커튼을 통해 오늘도 한 자락의 희망을 찾는다.

 

가늘고 얇은 실 너머의 세상은 내가 희망하는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된 커튼 시리즈의 수없이 엉킨 선들과 빛바랜 듯 한 밤의 색은 현재의 나의 고민이다. 불확실함, 막막함, 지침 등의 감정은 서로가 엉키며 부풀어간다. 그럼에도 이 걱정이 아직은 나에게 의지가 남아있다는 희망으로 되돌아온다. 흐트러지듯 어질러진 커튼을 손에 한껏 움켜쥐면, 나의 감정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내 손에 쥐어진 이 감정을 가다듬고 정리하며 나는 새로운 시작을 다짐한다.


 

나의 작품을 공유하는 누군가 또한 자신의 희망을 찾기를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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